5月, 2024
2024/05/01
물크러진 시간은 잼으로 만들면 된다
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기억을 졸이면 얼마든 달콤해질 수 있다
/ 슈톨렌, 안희은
알고 있니. 시간은 선이 아니라 점으로 기억된대. 그렇다면 꽤 큰 방점이 찍힌 셈이다. 이젠 두어 달 외출이 아니라 제대로 된 출가라는 거. 하지만 퍽 이상하다. 발 묶여 산 기억이 자꾸 뒤를 보게 해.
긴 여행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. 돌아가지 않는데도 혼나지 않는다.
5月 1
일이 많았다. 응달과 볕을 쏘다니면서. 몇 계절이 지나는 동안 바라던 바가 이뤄지기도 숨죽인 모양새로 스러지기도 하면서.
어떤 바람은 손에 쥐고서야 그 이름표를 확인하게 된다. 정말로 이게 맞나, 싶은 것처럼.
공휴일인 덕에 좋아하는 영화를 밤늦게 켰다. 객관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몇 있지만, 오고 가는 대사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(적어도 나에게는)흐린 눈이 가능해진다. 산뜻한 기분으로 잠들기는 글렀으니 비하인드 영상이나 수어 차례 돌려 보다 곯아떨어졌다.
느지막이 일어나 점심 겸 저녁을 챙긴다. 원고를 본다. 화분에 물을 갈고 시든 꽃을 솎는다. 창문을 연다. 하루가 다 지나도록 울지 않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