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인분의 삶
엉망진창이어도
꼭 살아있자 우리
10月, 단상
2023/10/03

10月 3

잡고 잡히던 손을 후회할 수가 없다. 어떻게 후회하겠니. 그토록 다정한 겨울을 만들던 일을. 이를테면 녹지 않는 눈사람을 빚어내던 일.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너 대신에 녹을 수도 있었어 나는.

 

 

10月 11

그러게. 생각해 보면 그거참 큰일이었다. 내 손끝 말끝 하나에도 네 눈가가 발개졌던 거. 네 하루가 온통 뒤집힐 수 있었던 거. 내가 네 심장의 주인이던 나날들. 세상은 봄으로 흐르고 겨울은 그저 먼일이던 때.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, 잠시나마 네가 나를 품었던 그때 말이다.

 

 

10月 15

어디선가 읽었지. 삶은 긴 자살 같다고. 나는 요즘이 그래. 네가 꿈에나마 나와주면 어떻게든 이어 꾸고 싶음 뿐이고. 다신 두 눈 뜨고 싶지 않을 뿐이고.

 

언젠가 말해줄 날이 올까. 네가 없던 날들만큼 가만히 잘 죽고 싶던 날도 드물었다고. 상처를 또 헤집고 그 상처와 밥을 먹고 그 상처와 잠이 들면서. 그러고도 좋은 너를 꿈에서도 만났다고. 꿈에서도 기다렸다고.

 

 

10月 19

슬픔은 왜 조각으로 오지 않을까. 행복은 한 티끌 한 편린이면서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