콜 미 바이 유어 네임, 2017
2023/06/07
그런 영화가 있다. 기억되기보단 각인되는 영화가. 불현듯이 들이닥쳐 한 시절이 되어버리는. 작년 7월, 예고편에 마음을 뺏긴 후로 한참을 아른대더니 결국 엔딩 크레딧을 보며 직감했다. 아, 이 영화가 그렇겠구나. 내 여름은 이 영화구나. - L'usurpateur(The usurper). "침입자다." 엘리오의 첫 마디였다. 처음 듣는 억양과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곤 당당히 쳐들어온 저의 침입자. 이름을 알려주고 악수를 하고 적당한 인사치레가 이어진 후 죽은 듯이 잠든 등을 바라보면서는 더 알고 싶은 사람이었을 거고. 그런 중에 "Later", 이 말은 꼭 벽 같지 않았을까. 조금 다가가려 해도 금방 "나중에" 하곤 세워지는 벽. 항상 몇 발자국 벌어지는 거리와 저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양 멀어지는 시선들..